천재 궁정화가의 나라, 스페인
바로크 시대에는 유명한 궁정화가가 많습니다. 큰 규모의 국가가 생겨나면서 예술가들 역시 이러한 나라의 군주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앞서 살펴본 반 다이크 역시 영국 찰스 1세 시절 궁정화가로 활동하기도 했죠.
하지만 궁정화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사람, 디에고 벨라스케스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그는 10대에 이미 완벽한 기교를 부리는 천재로 이름을 날렸는데요.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펠리페 4세는 그의 그림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벨라스케스만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자격이 있다고 선언할 정도였죠. 결국 그는 24살에 왕실의 수석화가가 되었고 이후 30년간 궁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인물을 과장되고 아름답게 그렸던 반 다이크와 달리, 인물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1630년경, 그는 루벤스의 권유로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연구하기 위해 로마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교황 인노센치오 10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는데요. 그림이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 그림을 본 교황마저 “너무나 실물같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의 대표작은 뭐니뭐니해도 1656년에 그린 그림인 <시녀들>입니다. 후대 작가인 피카소는 44번이나 모방작을 발표하며 이 작품에 대한 경의를 표했을 정도였죠. 이 작품은 5살인 공주 마가리타가 두 명의 시녀들과 난장이들의 시중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밖에도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와 화실을 방문객 등을 함께 그려넣어 그림 전체의 균형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소묘와 구성에 대한 벨라스케스의 관심을 잘 나타냅니다. 그림이 단순히 인물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