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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죽을 거, 조금 막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2002년 4월5일, 식목일이었다. 그 당시 식목일은 공휴일이었고 금토일 연달아 쉴 수 있다는 게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무척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4월4일 목요일 밤부터 우리집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와 같았다. 함께 살던 친할머니 때문이었다. 아빠는 4월4일 밤부터 고모, 삼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곧 돌아가실 것 같아." 라고 하면서. 4월5일 금요일 오전 11시. 우리 네식구는 할머니 주변에 모여 앉았다. 아빠는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뱀가죽 같은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엄마, 잘 가.” 아빠의 울대 뻣뻣한 그 목소리가 오래도록 집안에 울렸다. 살이 희고 비쩍 마른 할머니는 우리집 거실 이부자리 위에서 돌아가셨다. 잠시 후 경찰이 왔고, 그 뒤에 구급차가 우리집 앞에 왔다. 누군가 집에서 죽으면 경찰이 온다는 걸 난생 처음 알게 된 거였다. 티비에서나 보던 것처럼 할머니는 흰 천에 덮여 구급차에 실려갔다. 그 뒤로 부터의 기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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