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시작과 관련해선 오랜 기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특히 한동안은 고대 로마의 문인이자 정치인이었던 플리니우스의 낭만적인 기록이 곧잘 인용되곤 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책 <박물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전설을 소개했습니다.

조셉 라이트, <코린토스의 소녀>, 1782-1785년경, 캔버스에 유채, 106.3x130.8cm

기원전 600년 경, 고대 그리스 지역인 코린토스에 한 커플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매우 사랑하는 사이였는데요. 어느 날 남자가 전쟁터로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죠. 이별 전날 밤, 그녀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잠든 연인의 옆에 등불을 비추곤 벽면에 생긴 그림자를 따라 선을 그어 놓은 것이죠. 딸의 사랑을 애틋하게 여긴 그녀의 아버지는 청년의 모습을 흙으로 빚어 형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딸이 그날 그린 선을 회화의 시작으로, 아버지가 만든 형상을 최초의 점토 초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아쉽게도 이 점토 모형은 이후 침략군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