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달린 동물은 세 종류로 나뉜다. 새, 인간, 그리고 '피타고라스'??

두 발 달린 동물은 세 종류로 나뉜다. 새, 인간, 그리고 '피타고라스'??

이번 시간에도 피타고라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형성 과정과 특징, 이들의 생활방식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억이 안 나셔도 크게 관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궁금하다!’ 싶은 분들은 지난화를 먼저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주변이 콩밭이라 죽어버린 철학자? 피타고라스! 읽기

그럼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당시 피타고라스 학파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되었다고 알려집니다. 우선 첫 번째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종교적, 윤리적 계율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한 ‘아쿠스마타’가 그들이죠. 지난 시간에 제가 콩을 먹서서는 안 된다거나 하얀 수탉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계율, 말 위에 앉지 말라거나 빵을 쪼개어 나누지 말라는 등의 규칙을 읊어드렸던 거, 혹시 기억 나시나요? 그때 꽤나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 규율을 실제로 지키고 살아가고자 한 사람들이 바로 아쿠스마타(acusmata)들이었습니다.

표도르 브로니코프, <일출을 반기는 피타고라스 학파>

하지만 이들이 철학사에서 주목을 받을 리는 없습니다. 피타고라스주의자들에 대해 언급한 후대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주로 두 번째 집단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수학을 연구하는 자들인 ‘마테마티카(matematika)’들이 그 주인공이죠. 이들은 수학과 음악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심지어는 물리적 우주 속의 모든 사물들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을 정도죠.

이들은 매우 신기, 아니 신비한 방식으로 수를 이해했습니다. 가령 기원전 4세기경의 피타고라스주의자인 필롤라오스를 살펴보도록 하죠. 지난주에 피타고라스가 불길에 휩싸여 사망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분은 그때 도망나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좀 얍삽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그 자리에 초대받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피타고라스에게 얼마나 신망 받는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죠.

수에 대한 신비주의적 경향은 다음의 예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필롤라오스는 2와 3이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당연히 5는 결혼의 수입니다. 왜 당연하냐고요? 2 더하기 3이 5니까요. 너무 깊게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또 10은 더 중요한 수입니다. 완벽한 4인 가족의 구성을 상정, 한 건 절대 아니고 1 더하기 2 더하기 3 더하기 4의 합이 10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를 테트락튀스(tetraktys)라고 부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업광경 상상도

이를 근거로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은 우리에게 숨겨진 천상의 물체, 이른바 상대지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필롤라오스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불, 즉 중심불(central fire)의 주위의 궤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하루 1회씩 운행합니다. 2400년 전에 지동설의 맹아라 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한 거죠. 그런데 당시 발견된 가시적인 천상의 물체는 태양과 달을 포함해 총 아홈 개였습니다. 어라, 가장 중요한 수인 10에서 하나가 부족하다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그는 지구와 중심불 사이에 상대지구라는 또 하나의 천체가 존재하며, 상대지구가 지구와 보조를 맞춰 중심불을 언제가 가리고 있기에 중심불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하죠.

피타고라스주의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기원전 1세기경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 철학자인 플라톤의 사상을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 상징주의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신플라톤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고대 후기부터 중세 초기까지 활동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피타고라스를 특별히 경외하고 존경한 철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암블리코스라는 인물입니다. 피타고라스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피타고라스적 삶에 관하여>라는 책도 썼는데요. 이 책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는 허벅지가 금으로 되어 있고, 동식물은 물론 강이나 산 같은 지형지물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었다고 하죠. 이암블리코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두 발 달린 동물은 세 종류로 나뉜다. 새, 인간, 그리고 피타고라스다.”

두 화에 걸쳐 살펴본 것처럼,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는 종교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설명도 이런 점을 상당 부분 강조하면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200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만큼 중요한 수학적, 과학적 성취를 이들이 이룩했다는 점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화의 세계 안에 살며, 동시에 가장 근대적인 성취를 이룩한 이들이 바로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였던 겁니다.

대화에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