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약속도 없는 일요일 이른 아침을 좋아한다. 아침 7시 정도에 눈을 뜨고 몸을 최대한 느리게 움직이며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린다. 그러다 보면 금세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창으로 해가 들어올 즈음 침대에서 내려가 대청소를 시작한다. 늙은 강아지는 추위로부터 피신을 시켜놓은 다음 집 안 창문을 몽땅 열어둔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오들오들 떨며 청소를 하는 거다. 차가운 공기가 집안에 돌아야만 마치 그게 소독이라도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린 후 스팀 청소기로 바닥을 한번 더 닦아낸다. 그 다음부터는 가전제품과 선반, 손이 닿지 않는 곳곳에 묻은 먼지들을 닦기 시작한다. 그렇게 맹목적인 청소를 하는 동안의 나는 거의 경건한 어떤 의식 같은 걸 치루는 사람이 된다. 청소를 마친 후 좋아하는 향의 인센스 스틱을 켜둔다. 거실 곳곳에 향이 가라앉는다. 그때 바람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향은 조금 더 멀리 퍼진다. 거실 가운에 매트를 깔아두고 잠시 명상을 한다. 내가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