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판타지 작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마법은 과학과 대척하는 초자연의 원리 또는 그 원리의 활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마법은 당시까지 알려진 자연에 관한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나 기술들이었다. 더 많은 자연 현상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거쳐 과거의 마법들은 점차 과학으로 포섭되었다.

당시 지식의 최전선에서 마법을 과학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전문가들은 그들이 이해한 원리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과학자 사회의 밖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원리는 여전히 낯설었다. 신비한 현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과학자를 마법사와 구별할 수 없었기에, 과학이 탄생하는 순간에 대중은 역설적으로 ‘마법’을 경험했다.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는 현실의 ‘마법사’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회전자기장이나 공명현상과 같은 직관적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결과들, 현란한 실험을 보여주는 대중 강연과 방전 불꽃 속에서 태연하게 앉아있는 사진들, 발명가 본인의 남다른 생활 습관, 새로운 발명의 신묘한 원리를 설명하는 인터뷰 등을 통해 테슬라는 스스로 ‘마법사’가 되어갔고, 이 마법사 테슬라의 이미지는 이후 마술사들의 암투를 다룬 영화  <프레스티지> 등 여러 대중매체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에 알려진 이미지를 걷어내면, 당시 전기와 자기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활용한 유도모터를 발명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교류 전력망이 완성되는 데 기여했고 전자파를 이용한 무선통신과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연구했던 ‘엔지니어’ 테슬라를 만날 수 있다.  150년 전 그의 새로운 발명은 ‘마법’처럼 느껴졌겠지만, 전기 기술을 공기처럼 사용하는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그 마법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테슬라의 대표적인 발명인 유도모터는 기본적으로 (그림1)과 같이 자석의 N극과 S극의 중간점을 축으로 삼아 회전시킬 때 같은 회전축을 갖는 도체원통이 자석의 두 극의 회전운동에 반응하여 함께 회전하는 원리를 따른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회전하는 자석’은 사람의 힘 또는 다른 기계의 힘이 아닌 전기 그 자체의 성질로 구현되어야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바꾸는 모터의 본래 기능이 완성될 수 있다. 즉 ‘회전하는 자석’ 또는 ‘회전하는 자기장’ 문제가 해결되어야 테슬라의 아이디어는 실용적인 가치를 갖는다.

테슬라는 이 ‘회전하는 자석’ 문제를 기계의 움직임이나 파형의 변화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특유의 직관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해결했다지만, 우리가 그 해결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수학 없이, 다소 투박하지만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테슬라의 ‘회전하는 자석’ 개념을 이해해보자.

우선N극과 S극이 고정된 보통의 자석이 아닌, (그림 2)처럼N극과 S극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꾸거나 또는 자성 자체를 원할 때 켜고 끌 수 있는 자석을 가정해보자.  실제로 이런 기능을 갖는 자석은 전선을 감아 만든 코일에 전류를 흘려서, 즉 ‘전자석’을 사용하여 만들 수 있다.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바꾸면 (그림 2)의 (a)에서 (c) (또는 그 반대)로 상태를 바꿀 수 있고, 전류를 흘리지 않으면 (b)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앞에서 가정한 자석 두 개를 (그림 3)과 같이 배치하고, 두 자석의 극 방향을 순차적으로 바꾸어 보자. 여기서 가령 N 극의 위치를 주목하면 위쪽→왼쪽→아래쪽→오른쪽→위쪽으로 이동하며, S 극도 마찬가지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극의 위치가 연속적으로 이동하지는 않지만, 마치 시계의 초침처럼 ‘회전하는’ 자석을 고정되어 있는 두 개의 자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회전하는 자석’ 또는 ‘회전 자기장’의 아이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1)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자석들이 서로 적절한 각도를 이루도록 ‘공간적으로’ 배치하고 (2) 각 자석의 극이 바뀌는 시점을 적절하게 ‘시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기본 개념을 교류 전력망에 맞도록 설계하여 끊김없이 회전하는 자기장을 만들 수 있었고, 이후 회전 자기장 기술이 들어간 모터는 가전제품, 엘리베이터, 고속전철, 전기자동차 등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회전 자기장은 분명 테슬라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같은 시기 이탈리아의 한 물리학자(페라리스, Galileo Ferraris)도 독자적으로 비슷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또한 지금도 세계적인 원자력발전 기업의 이름으로 남아있는 웨스팅하우스사의 엔지니어들 역시 테슬라보다 조금 늦게 비슷한 발견과 개발을 진행했었다. 즉, 회전 자기장은 테슬라의 고유한 ‘마법’이라기 보다 당시의 기술 환경에서 충분히 나올법한 공학적 솔루션이었다.

결국 ‘마법사’ 테슬라의 이미지는 자신의 발명을 널리 알리고 투자자를 구하기 위한 ‘엔지니어’ 테슬라의 수단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과학과 기술의 역사 속에서 ‘마법’의 환상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상상력의 원천 중 하나였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테슬라의 ‘마법’에 감화되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는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엔지니어와 투자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마법사’를 기리며 만든 회사가 바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회사다.

글. 🎞한기진

조지아공과대학교 대학원 전기 컴퓨터공학 박사
현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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