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고종은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를 황제라 칭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웃긴 일이었죠. 힘도 없는 나라가 ‘제국’이라뇨. 하지만 당대 세계인들의 인식을 고려했을 때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19세기 말 세계의 각 지역은 제국과 식민지로 나뉘어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국이라는 간판은 독립국임을 알리는 한 방법일 수 있었습니다.

유럽은 16세기부터 식민지를 개척했지만,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세계를 지배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1800년에 유럽 열강은 전 세계 육지의 35%만을 지배했죠. 19세기 중후반부터 제국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고, 1914년이 되었을 때 유럽은 세계의 84.4%를 지배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