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계몽주의 이후로 서양 사회는 인류가 이성의 힘으로 끝없이 진보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이 19세기의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겪으며 이러한 믿음은 구체적인 이념으로 발전했어요. 의회 민주주의와 법치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가 그것이었죠.

두 사상은 서로 반목하기도 했지만, 사회주의는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계몽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었어요. 정치적으로는 민주적인 제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죠. 반면, 나치즘을 비롯한 파시즘은 개인의 자유보다 전체를 중시하고 특정 인종의 안위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계몽주의의 가르침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죠. 이런 맥락에서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차대전을 자유주의-사회주의의 동맹과 파시스트 세력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