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를 만들었는데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업종에 있으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한 도서 종수가 대략 500종에 가깝다. 그 500종 가운데 도서 1권당 콘텐츠를 하나만 만드느냐, 그건 아니다. 책마다 적게는 1개, 많게는 5개가 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왔다. 그러니까 500종에 평균적으로 2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치면 1,000개. 1,000개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모두 성공했느냐. 그것 역시 절대 아니다. 실패한 콘텐츠들이 더 많았다. 형태들도 다양했다. 카드뉴스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SNS에서 보이는 흔히 말하는 배너형 콘텐츠들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영상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게 된 건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을 고민하고 실험도 해봤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언저리에 닿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럼 내가 과거에 만든 콘텐츠들은 왜 실패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첫째, Hook이 없었다.

꼬꼬마 시절부터 만들었던 내 콘텐츠들을 보면 굉장히 순한맛이다. 팔고, 알리고자 하는 것의 본질에만 집중하려 했고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둘째, 설득이 부족했다.

책을 파는 사람 입장에선 그 책의 장단점을 물론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책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그 책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그걸 그래서 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게 그 당위성을 주고 설득해야 하는 게 내 몫이었지만 나는 오만했던 거다. 내가 이 책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는 일명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었던 거다.

사실 이 모든 실패요인을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면, 마케팅 명저 <스틱>에 나오는 ‘메시지를 달라붙게 하는 6가지 핵심 요소’인 1)단순성Simplicity 2)의외성Unexpectedness 3) 구체성Concreteness 4)신뢰성Credibility 5)감성Emotion 6)스토리Story 이 모든 것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의 카드뉴스 콘텐츠들에는 공식이 있다. 서두에 예능, 교양, 강의 등을 가지고 와 빌드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흐름이다. 쉽게 말해 이런 형식이다. 이효리님이 <서울체크인>에 나와서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지나간 과거를 안주삼아 “그땐 인생을 이렇게 살 걸 그랬어..”라고 이야기 한다. 그 뒤에 ’지나간 인생을 후회지 않고 살아가는 N가지 방법’이라며 책 속의 철학적 메시지나 심리 정보를 담고 마지막엔 이 콘텐츠에 참고했다며 알리고자 하는 책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이 모든 콘텐츠에 다 통하는 건 아니다. 엮고자 하는 소재들이 부조화를 이루거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정말 과감히 그 기획은 버려야 한다. 피눈물이 나겠지만 그걸 버리고 팔고자 하는 상품의 오리지널 메시지를 생각해 차라리 정공법으로 돌파하면 의외로 그 진정성이 통할 때도 있다.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하면 생기는 일

철학 인문서가 주어졌었다.(주어진 게 아니라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나서서 콘텐츠 만들고 팔아보겠다고 한 거였음) 그 책은 고전 철학서들을 추천하고, 그 고전서가 담고 있는 메시지, 그 철학 책을 저자가 왜 썼는지, 그리고 그 책들을 읽으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 한 책이었다. 쉽게 말해 책 속에 책이 있는 형태였던 거다. 당시 이 책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2주 내내 머리를 쥐어짜냈다. 앞선 글에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한동안 머리 아픈 고민을 했던 것처럼 이 책은 2주 내내 나를 괴롭게 했다. TV예능 <알쓸인잡>, <알쓸신잡>, <나 혼자 산다>, <유퀴즈> 등등을 보면서 어떻게든 이 책의 연관 소재를 캐치하려고 했다.

마침 당시 <나 혼자 산다>에 악뮤 이찬혁이 나온 편이 있었는데 이찬혁의 인생 철학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엮어서 콘텐츠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단계 중 1단계인 ‘소재 찾기’에는 성공을 한 거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어떻게?’라는 허들이 생긴 거다. 억지로 쥐어 짜내서 책과 엮을 수는 있었지만 이 콘텐츠로 하여금 책을 쓴 저자가 욕을 먹는 건 싫었다.(대개 실패한 콘텐츠에는 “응 안 사~”, “나무야 미안해” 라는 악플이 달리곤 하는데 그런 참담한 글을 저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앉아서 스토리보드를 열심히 써내려 갔다. 쓰다 보니 책 <스틱>에서 말하는 의외성과 감성에는 충분히 충족을 했다. ‘니체의 이야기인데 악뮤 이찬혁의 인생 철학이 나온다고?’ 하는 카드뉴스의 공식화된 의외성은 있었던 거다. 그러나 신뢰까지는 이어질 수가 없었다. 심지어 스토리도 뭔가 벙벙하게 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말해 미디어에 나온 사례와 책 내용이 부조화를 이루는 참담한 상태였다. 결국 주말 하루를 다 쏟아 만든 콘텐츠를 전부 뒤집어 버리기로 했다. 토요일 밤 샤워로 불이난 머리를 한 김 식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번뜩였다.

“정공법으로 가자.”

그 책에는 서울대에서 추천한 철학 고전서들도 담겨 있었고, 차라리 콘텐츠를 서울대에서 추천한 철학 고전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로 접근해 보기로 한거다. 마침 올려야 할 플랫폼이 4050대 남성, 혹은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코어 타깃이었고 그들에게 어떤 니즈가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 보기로 했다. 마인드맵을 그려보다가 ‘죽기 전에 ~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글감이 떠올랐고 서울대라는 키워드를 살려 “서울대가 추천한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교양서”라는 컨셉이 나왔다. 그것만 정해져도 후속 작업은 일사천리다. 그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이거 조회수 1만은 넘을 것 같아..”라는 뿌듯함이 담긴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조회수 2만 회가 조금 안 되었다. 이건 성공의 경험이 아니다. 어쩌면 노력하고 고민한 과정에 비해 초라했던 실패의 경험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지만 내 목구멍에서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는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면 그걸 꼭 억지로 삼키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결과를 떠나서 만드는 이가 자신있고 안심할 수 있는, 삼켜도 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 말로 뿌듯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이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정의 단계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거치다 보면 성공에 점차 가까워지게 될지도.

Q. 콘텐츠를 기획할 때 난관에 부딪친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레서(콘텐츠 마케터, 5년차)

레퍼런스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해요. 상품을 알리기 전에 유사한 레퍼런스들을 찾아보는데 그 접근 방식부터가 함정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 유사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살피게 된 거죠. 그렇게 해보니 극복이 되었어요. 지금도 그 방법을 상당히 유용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해달(콘텐츠 마케터, 5년차)

나만의 생각에만 매달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는 절대 나오지 않아요. 그럴 땐 동료와 생각을 나누려고 해요. 단, 정식 회의에선 안 돼요. 잠시 휴식시간에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그렇게 가볍고 즐겁게 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구석에 몰려 있던 아이디어에 다른 길이 보인 거예요.

🦒기린(마케터, 8개월차)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요. 대신 제가 팔고자 하는 상품에 빠져있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전혀 상관이 없는 제3자요. 그런 사람들의 리서치를 통해 팔고자 하는 상품의 매력을 찾아내요. 그 상품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제가 막혀 버린 생각과 비슷한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해줘요. 그 뒤부터는 쉬워지더라구요.

Q. 내가 만든 콘텐츠, 왜 실패했을까요?

🦝레서(콘텐츠 마케터, 5년차)

책을 다 알고 나면 콘텐츠를 만들 때 설명충이 돼요. 즉, 설교를 하게 되는 거죠. 절대 공급자의 시선에서 설명을 하려고 하면 안 되더라고요. 그걸 사람들도 정말 날카롭게 알아채고요. 설교를 하려고 했던 것이 실패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해달(콘텐츠 마케터, 5년차)

설득에 관한 책을 홍보해야 했는데 아무도 설득해내지 못했어요. 만들면서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부조화를 이룬 거예요. 그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거죠. 그런데 더 슬픈 건 만들면서도 “나같아도 이건 전혀 설득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도 어떻게든 포장을 하려다 보니 구구절절 이야기가 길어지더라구요. 그 콘텐츠를 본 독자 반응이 충격적이었어요. “1도 설득 안 됨” 이라는 댓글에 깨달은 게 많았어요.

🦒기린(마케터, 8개월차)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10명 중 1명이 그 책을 읽었을까 말까예요. 콘텐츠를 먼저 소비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 책을 모르죠. 그걸 망각한 채 ‘나는 이 책을 다 알아’라고 생각해서 접근하면 망하더라고요.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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