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에서는 1차 세계대전을 “The Great War”라고 부릅니다. 이전 전쟁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였고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죠. 전쟁 초기까지만 해도 당대인들은 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할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전쟁 기간 동안 목숨을 잃은 사람은 1200만여 명에 달했고, 전쟁으로 인한 기아와 질병으로 희생된 사람을 포함하면 그 수는 2500만여 명을 웃돌았습니다. 영국군의 경우 참전한 장병의 12%가 죽고 38%가 부상을 당해 총 사상자의 규모가 326만여 명에 달했어요.

죽음에 있어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차대전의 무수한 사상자 수를 지켜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었을까요? 세계 수십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군인이 몇 년 동안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이때까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정한 전장에 수많은 군인들과 물자를 보낼 수 있는 조직력과 동원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대 국가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힘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