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대공황, 그리고 대서양 세계의 변화

포드는 늘어난 생산력과 구매력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생산성이 늘어나는 만큼 임금이 오르지는 않았거든요. 19세기 말부터 대공황 이전까지 서구 사회의 산업 생산량은 매년 5%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한 마디로, 물건을 늘어났지만 그것을 살 사람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어요.

1931년 시카고의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실업자들 (1931년)

이러한 불균형은 1929년 10월 미국의 증시 폭락과 겹쳐 대공황으로 비화되었습니다. 192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주식 투기가 만들어낸 거품이 터지면서 국제적인 경제위기가 시작되었어요. 기업가치가 폭락했고 투자가 급속도록 줄어들었으며 소비가 더욱 위축되었습니다. 결국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엄청난 수의 실업자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어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빈곤이 크게 늘어났어요. 사람들은 지도자들이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전례없는 경제위기에 사람들은 정부의 개입을 요구했어요. 당대의 전문가들은 공황을 해결하려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에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었어요. 시장에 대한 개입을 꺼렸던 미국 정부가 뉴딜정책을 실시하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매우 큰 변화였죠.

뉴딜 정책은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어요. 먼저 정부가 직접 소비를 할 수 있겠죠.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실시하면 필요한 자재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할 거예요. 다른 방법은 시민들의 구매력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대량의 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의 힘을 키우고 경제위기의 부담이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한다면, 수요의 하락이 진정될 거였어요.

하지만 경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각 나라별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제적인 지도력의 부재가 상황을 악화시켰기 때문이었죠. 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생산된 잉여상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수입을 줄이는 게 최선이겠죠. 그러면 과잉공급을 해결하고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 상황이었죠. 1929년 이전부터 실물경기는 악화되고 있었고 각국은 보호주의 무역으로 기울고 있었어요. 대공황은 이를 악화시켰습니다. 무역이 악화되고 해외투자가 줄어든다면? 수출도 소비의 증가도 약속할 수 없겠죠. 당시의 각국 정부는 함께 무역장벽을 낮추고 상황이 심각한 나라를 지원할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1차대전과 전후처리 과정에서 생겨난 상호불신도 한 몫을 했죠.

이러한 상황에서 아예 극단적인 형태의 정부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파시즘 세력이 힘을 얻게 된 거예요.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에 기반한 파시즘 정부들은 배타적으로 변해가던 세계시장에서 힘으로 세력권을 늘리려 했습니다. 1933년에 집권한 독일의 히틀러나 1937년 이후의 일본이 그들이었죠. 이들은 전쟁을 통해 물자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수출할 시장을 확보하려 했어요. 또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만들어내려 했죠. 그리고 파시스트적인 사상을 통해 시민들을 결집시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파시즘은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생산력도 다시 증가했어요. 이로 인해 파시즘과 ‘국가가 완전히 통제하는 경제’라는 아이디어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기반한 기존의 서구사회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히틀러는 영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죠. 제2차대전을 겪으며 세계는 파시즘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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