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자 나는 꽤 많은 시간들을 생각 하는데에 사용했다. 출퇴근길,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시간,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무엇을 그렇게 오래, 깊이 생각했느냐면 그건 ‘사랑’에 관해서다.
그래서, 그 놈의 ‘사랑’이 뭔데요?
지난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상실감에 크게 가슴을 앓았다. 너무 많이 울었고, 먹은 걸 다 토해내 몸에 탈수가 와 수액까지 맞을 지경이었다. 정신이 좀 들었을 땐 내 눈은 텅 빈 사람이었고, 그 텅 빈 눈으로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주사액을 보며 딱 한마디가 생각났다.
“병신..”
그 뜻은 나의 모든 것들을 향하는 한마디였다. 사랑이 뭐라고, 사랑 때문에, 사랑이 밥 먹여주냐, 그 죽일 놈의 사랑 때문에 내 인생 내가 다 망친거다..등등 자괴감과 자책의 강도가 아주 많이 높았었다. 수액을 다 맞고 병원에서 나오는데 늦은 봄의 아침 공기가 산뜻하고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걸 좋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내게는 이제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거다.
때때로 친구, 선배들과 술을 마실 때마다 얼큰하게 취해서는 빈 소주잔을 테이블 위에 빙그르르 돌리며 물었다.
“사랑이 뭐야?”
주변 인간관계 대부분이 기혼자라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결혼하면 사랑 그런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선택했으니까 살고, 참고, 버티고, 또 살고.’ 그리고 마지막 답은 항상 이렇다. “사랑, 그거 찰나야. 목매달지 마.”
친구, 선배들은 일단 그냥 아무나 막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최근들어 무척 자주 한다. 나이 서른 중반이 넘으면 이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같은 건 없으니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앉아서 멀뚱히 기다렸다가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이다. 아무나 만나서 가벼운 사랑도 해보고, 아무하고나 섹스도 많이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차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렇다면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마음껏’, ‘많이’는 사랑이 아닌 연애에 해당되는 말인 것 같고 사랑은 당연히 연애 감정에 이끌려 가는 필수 옵션 같은 걸까.
사실 그 정답은 당연히 나도 알고있다. 알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가벼운 인스턴트식 사랑을 해야 하는지 그 당위를 찾지 못해 스스로 고집스러운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건지도. 그걸 ‘가벼운 사랑’은 하기 싫어 라는 대단히 무게감 있는 포장 같은 걸 해가면서. 이런 나를 보며 주변에서는 말한다.
“덜 굶었어. 덜 배고픈 거야 너.”
사랑의 무게로부터 해방될 자격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사비나 라는 인물을 부러움, 뭐 그런 비슷한 걸 했던 것 같다. 아무하고나의 섹스는 물론이고 다 버리고 자신에게 오겠다고한 프란츠를 대차게 버리기도 했고. 사랑이라는 모든 것으로부터 속박되지 않은 사비나가 위태로워 보이긴 했으나 오히려 홀가분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랑’보다 상실되어가는 ‘행복’을 보게 되었다. 이 소설 속 네 명의 주인공 모두 절대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랄까 그들은 현실에서 짊어진 무게로부터 가벼워지고싶어(해방되고 싶어) 또 다른 존재의 무게를 더 얹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생이 더 무거워진 거다.
이렇게 보면 인생은 그리 무겁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작가도 삶을 꼭 무겁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하듯. 한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던, 사랑으로 가득 찼던 과거의 내가 명랑 만화 주인공처럼 해왔던 말이 있다.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 너무 짧아!”
그걸 아는 내가 지금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현실의 무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존재의 무게를 가슴에 얹은 셈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사랑과 삶의 정답을 던지지 않았듯 선택은 내 몫이다. 무거움에서 해방될 것인가, 가벼움과 데면데면 하며 계속 거리를 둘 것인가.
이 책을 만나고 더욱 빛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레서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당시 사랑으로 열병을 앓고 힘들었던 시기 도서관에 들어가 우연하게 만났다고 한다. 제목에 마음에 빼앗겼고, 상처로 부푼 가슴을 위로 받은 게 이 책이었다고.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어쩌면 레서와 책의 운명을 이 책이 매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로 삶과 사랑의 전반을 깨닫게 되었다면 지금은 ‘책’으로 자신을 빛나게 해주고 있으니까.
🦝레서(콘텐츠 마케터, 5년차)
저는 이 책을 스무 살에서 스물 한 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읽었어요. 제가 20대 때 제대로 된 사랑이라는 걸 했었고 열병을 심하게 앓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이 편견과 제 가치관을 새롭게 열어주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정말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어요. 밀란 쿤데라의 문체가 굉장히 위트 있어요.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가볍게 툭툭 던지면서 독자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작가예요. 무엇보다 그의 글이 좋은 이유는 정답이 없어요. 정답을 제가 찾아가게 만들어주거든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이분법이 의미가 없다라는 걸 알게 해줘요. 저는 그 전에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런 것들이 하나도 의미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 사고들이 자유를 가두는 프레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알고 당시 갖고 있던 고민과 생각들을 정말 홀가분하게 내려놓게 되었어요.
Q. 당신에게 이 책을 마케팅 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요?
🦝레서(콘텐츠 마케터, 5년차)
밀란 쿤데라 덕질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다시 콘텐츠로 붐업 시키고 싶어요. 밀란 쿤데라 전집 표지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인데, 르네 마그리트 재단은 2차 가공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대요. 그런데 오직 밀란 쿤데라 작품에만 허락을 해준 거예요. 그래서 전집 표지에 르네 마그리트 작품이 들어가게 된 거래요. 단순히 책과 책의 내용으로만 끝내지 않고, 작가와 연관해서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시각적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해서 알려보고 싶어요.
Q.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레서(콘텐츠 마케터, 5년차)
20대 초반 친구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졌음을 느끼게 해준 책이거든요.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데 이 책이 그 틀을 깨뜨려줘요. 삶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저는 20대 초반 친구들이 읽고 삶의 지표를 찾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