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Part 2ㅣ늘어가는 시멘트에, 온실가스도 함께 늘어난다?

앞서 요약글을 살펴본 분이라면 아마도 놀란 부분이 하나 있었을 거예요. 바로 철강과 시멘트 생산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전체 배출량의 10%나 된다는 내용 말이죠.

사실 시멘트는 인류 역사상 굉장히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재료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석고와 석회를 혼합하여 피라미드를 제작했고, 로마인들은 석회와 화산재를 혼합하여 2천 년 넘게 무너지지 않을 다리와 건물들을 제작했죠. 오늘날 가장 자주 사용되는 포틀랜드 시멘트(겉모양과 빛깔이 포틀랜드섬의 천연석과 비슷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는 1824년 영국의 벽돌공 J.애스프딘이 개발했습니다. 가장 현대적(?)인 시멘트마저 벌써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기술이라는 얘기죠.

점점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멘트

인간의 다른 수많은 활동과 마찬가지로 시멘트 또한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니, 다른 활동보다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죠.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와 글로벌카본연구소의 로비 앤드루에 따르면 2021년 건물, 도로 및 기타 인프라용 시멘트 제조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29억 톤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에 달하며, 20년 전인 2002년에 약 14억 톤이 배출된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양이기도 하죠.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일단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시멘트 사용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어디 시멘트 안 쓰인 곳이 있는지. 건물, 도로, 교량 등 거의 대부분의 현대 건축물에 시멘트가 사용되고 있어요. 얼마나 많은 양이냐면 매일 한 사람당 1킬로그램 이상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또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하죠.

더불어 20년만에 시멘트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바로 ‘중국’의 급속한 성장 때문이죠. 중국은 금세기 들어 정말 많은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어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한 양이 미국이 1900년대 내내 생산한 시멘트의 양보다도 6배나 많을 정도죠.

시멘트를 많이 쓰는 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시멘트의 생산 공정 자체가 대량의 탄소를 방출하는 방식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시멘트의 생산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시멘트의 주원료는 ‘석회석’입니다. 석회석의 화학식은 CaCO3으로 흔히 ‘탄산칼슘’이라 불리는 물질인데요. 불순물이 일부 함유되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론 산화칼륨(CaO) 56%와 이산화탄소(CO2) 44%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죠.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는 석회석을 모래와 함께 섞어 고열(섭씨 약 1,450도)의 가마에 넣고 가열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화칼륨은 남고,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공기중으로 날아가게 되는데요. 날아가는 양이 어찌나 많은지, 포틀랜드 시멘트를 1000킬로그램 생산할 경우 약 80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정도라고 하죠.

부산물 쓰고, 나온 이산화탄소 주입하며 줄여가는 온실가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당장 시멘트 사용을 중단하는 게 좋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답이겠죠. 이유를 모르겠다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세요. 여러분을 둘러싼 벽, 걸어온 거리,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넘어온 다리 등 어느 곳 하나 시멘트가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시멘트가 생산,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원재료와 화학성분이 일치하는 산업 부산물을 대체재로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제철소의 고로에서 선철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비금속 부산물 고로슬래그(Blast Furnace Slag),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미분탄을 연소한 뒤 발생하는 부산물을 포집하여 얻는 플라이애시(Fly Ash) 등이 대표적인 물질들이죠. 이 산업 부산물들을 미분말 형태로 가공하면 이산화탄소 저감형 시멘트 혹은 슬래그 시멘트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원래는 버려졌어야 부산물들로 없어서는 안 될 시멘트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왼쪽부터) 슬래그, 플라이애시 (출처: 삼표그룹 블로그)

두 번째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포틀랜드 시멘트는 물을 섞으면 굳어지는 ‘수경성’ 시멘트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물을 섞어 굳히기 시작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데요. 이때 미리 모아둔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시멘트의 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죠.

물론 이런 방법들이 아직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코 앞으로 다가온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개선과 해결의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시멘트 생산과 사용 영역에서도 말이죠.


참고문헌

빌 게이츠,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김민주, 이엽 옮김, 김영사, 2021년
<친환경 건설의 미래, 그린 시멘트>, 파이퍼, 공학박사 여원, 2022년 05월 27일자
<건물을 지으며 탄소 배출도 줄이는 친환경 시멘트의 비밀>, 삼표그룹 블로그, 2021년 11월 8일자
<시멘트 이산화탄소 배출량 20년 동안 2배로 증가>, 김진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미, 2022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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