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Part 1ㅣ가속화 되고 있는 ‘지구 멸망의 시간’

최근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셨거나 외식 또는 배달을 시켜보신 분이라면(맞아요. 이 글 읽는 사람 ‘전부 다’ 라는 얘깁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느끼셨을 겁니다. 바로 ‘밀’을 주원료로 하는 음식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거예요. 거짓말 안 하고 다 올랐어요. 라면도 올랐고, 국수도 올랐고, 빵과 도넛 가격도 올랐어요. 아, 물론 과자 가격도 올랐고요. 밀가루 안 들어간 음식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보니 식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 물론 하나도 안 오른 내 월급이 가장 문제지만 말이죠..)

밀 가격이 오른 단기적인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나라의 밀 수출량이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거든요. 게다가 두 국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러시아의 밀 수출 규모가 매우 큰데요.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3,700만 톤을 전 세계에 수출했을 정도죠. 그런데 전쟁으로 이 지역들의 밀 생산량 및 수출량 급감이 예상됩니다.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갈 상황이니 당연히 밀 가격은 오르게 되는 거고요.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로 ‘전쟁이 끝나도 밀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말이죠.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밀은 열에 매우 민감한 작물입니다. 때문에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수확량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영향을 받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이미 세계 밀 생산 2위 국가인 인도는 때이른 폭염으로 인해 2022년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체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구온난화가 대체 뭐길래?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기후시스템의 작동 방식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는 연평균 기온이 약 15도 정도로 일정한 편입니다. 기온이 일정하다는 건? 간단히 말해 지구로 들어온 열만큼 다시 열이 빠져나간다는 걸 의미하죠. 이처럼 어떤 물체가 흡수하는 복사 에너지의 양과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의 양이 같은 상태를 우리는 ‘복사평형(radiative 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지구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에너지와 방출하는 지구 복사에너지의 양이 같기 때문에 복사평형을 이루고, 평균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보니 갑자기 ‘복사에너지’라는 단어가 나와서 당황하신 분도 계실 것 같네요. 복사에너지란 전자기파를 통해 고온에서 저온의 물체로 직접 전달되는 에너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가령, 섭씨 약 6,000도에 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진공상태나 다름 없는 우주 공간을 지나서 지구에 전달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양 에너지가 다른 물질의 도움 없이 전자기파의 형태로 지구에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구도 복사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낮 동안 태양 복사에너지를 받아 온도가 올라가고, 그 온도에 맞는 전자기파인 적외선을 방출하는 거죠. 물론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양은 태양이 내뿜는 복사에너지의 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적지만, 지구의 에너지 평형을 맞추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복사평형을 맞추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대기’입니다. 만약 대기가 없었다면 낮에 흡수된 태양 복사에너지가 밤마다 모두 방출돼 버려서 지구는 지금처럼 살기 좋은 환경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대기가 존재함으로써 지구는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극심해지지도, 평균기온이 가혹할만큼 낮아지지도 않을 수 있었죠.

대기의 상황이 변화하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대기에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태양복사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해 대기에 더 많이 흡수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이런 현상을 우리는 ‘지구온난화’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대기의 96.5%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금성은 지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효과가 발생합니다. 평균 온도가 약 467도에 달할 정도로 말이죠.


📃석탄과 방귀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기후온난화 문제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양이 대기 중에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가장 오랫동안 관측이 이루어진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의 경우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1960년대에 320ppm 수준이었지만 2019년에는 약 410ppm으로 상승했죠. 참고로 410ppm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0.041%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이 될 경우 지구 연평균 기온은 2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이 손꼽힙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입니다. 20세기 초 이산화탄소의 연간 배출량은 1억 톤 정도였지만, 현재는 약 110억 톤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데다, 증가 속도 또한 빨라서 지구의 자체적인 정화 능력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육류 소비를 위해 대규모로 길러지는 가축도 기후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의 방귀(..!)에서 메탄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인데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4.8%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정도 높은 효율로 온실¬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를 비롯한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약 1억 톤으로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죠.


📃온도 상승의 끝에는 ‘멸망’이 있다

기온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7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약 1.1도 상승했고, 앞으로 20년 이내에 0.4도가 더 올라 1.5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도가 오르면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는 경고 기준에 점점 근접해가고 있는 거죠.

이대로 기후변화가 이어진다면? 다 망할 겁니다. 다 망해요. 우선 해수면 상승 때문에 망할 겁니다. 해수의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고, 수온이 높아져 바닷물의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특히 남극과 그린란드에 위치한 빙하의 손실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8년까지 그린란드의 빙하 약 3조 8,000억 톤이 녹아 사라졌고, 그 결과 해수면은 약 1.6cm 상승했죠. 지금 추세라면 몰디브 같은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2100년쯤에는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자카르타, 뭄바이, 서울, 인천 같은 해안 및 연안 도시들이 잦은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죠.

생태계 파괴도 가속화될 겁니다. 이미 기후변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인 북극곰은 물론, 개구리 같은 양서류, 산호초 같은 각종 해양 동물 등도 위기를 겪고 있어요. 개구리와 산호초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이를 먹거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들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기후변화로 개체수가 줄고, 줄어든 개체수로 인해 해당 개체를 먹고 사는 동식물도 줄고, 결국에는 먹이사슬 구조 자체가 끊어져 생태계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도입부에서 언급한 ‘식량문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감자처럼 낮은 온도에서 재배하던 작물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물고기 또한 포획 가능한 어종이 달라지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죠.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인 사과, 배, 포도 등의 재배 면적 또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잦아지는 홍수와 가뭄으로 농사 짓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전쟁과 약탈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죠.


📃멸망을 막을 한계 숫자, 1.5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늦었지만, 더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현재 많은 국가 및 전문가들이 잡고 있는 평균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은 1.5도입니다.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1.1도 정도 상승한 상태입니다. 만약 0.9도가 더 올라서 총 2도가 상승한다면? 여름철 북극의 해빙이 10년에 한 번씩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산호초는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어획량은 연간 약 300만 톤 가까이 감소하게 되고, 기후에 적합한 영역을 절반 이상 상실할 식물도 16%나 되죠.

0.5도 오른 1.5도라면?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목표가 그냥 달성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달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여야 하며, 2050년에는 순 제로에 도달해야 겨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순 제로는 이산화탄소의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합니다.)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대부분 중단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의 사용비율을 압도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닙니다.


참고문헌
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 도서출판 동아시아, 2019년
남성현,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주)북이십일, 2020년
박영희, 박지선, 한문정, ⟪단번에 개념 잡는 기후변화⟫, 도서출판 다른, 2021년
<기후 변화: 전 세계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BBC 코리아, 2021년 4월 29일자
<EU “최근 7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온실가스 농도 사상 최고치”>, 김진욱 기자, 한국일보, 2022년 1월 11일자
<인도, 4월 기온 50도 육박…121년 만의 폭염으로 밀 생산 타격>, 김세희 기자, KBS뉴스, 2022년 5월 5일자
<신기후체제, 농업도 변화해야 🌾국경을 넘은 식량 위기>, 김명현, alookso, 2022년 6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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