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ㅣ[들어가며] 나이듦의 시대를 살다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는 사업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SNS에 자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최근 가장 자주 언급하는 이슈는 저출산 문제인데요. 이에 관한 여러 개의 트윗을 남기던 중 한국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 일부

발단은 그가 공유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출산율 그래프였습니다. 그는 이 자료를 공유하며 “미국 출산율은 최소 유지 수준을 50년 동안 밑돌고 있다”는 트윗을 남겼는데요. 곧 이어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다가 자신의 의견을 부연하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하나 더 게재했죠.

한국은 출산율이 1도 되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월드뱅크 조사 출산율 최저 국가’라는 캡션이 달린 이 이미지에서 한국이 0.84라는 극악의 출산율을 보여주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일론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우리를 걱정(?)했습니다.

“한국과 홍콩은 가장 빠른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여성 1명당 2.1명의 자녀가 인구 대체율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라.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3세대 내에 인구 수가 현재의 6% 이하가 될 것이고, 그 대다수는 60대 이상일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사는 사람들
이 트윗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첫째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젊은 사람(?)이 점점 더 줄어들 거라는 사실’이고, 둘째는 ‘반대로 나이든 사람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거라는 사실’이죠.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한데 엮어 ‘저출산 고령화 문제’라고 표현합니다.

문제는 이미 꽤 심각해요. UN은 65세 이상을 '노인' 으로 규정하고,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사회를 구분하고 있는데요.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죠. 한국은 이미 2017년에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초고령사회 또한 4년 뒤인 2026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사회 전체의 평균연령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6월말 기준 주민등록 연령별 인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연령은 약 43.4세였습니다. 20대에 머물던 1960, 70, 80년대를 지나, 30대의 1990, 2000년대를 넘어, 어느덧 40대의 벽을 넘어선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논문에서는 2030년생 한국 남자의 기대수명이 84.07세, 여성은 90.82세로 높아져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나만 나이들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늙어가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외면하고, 나이드는 건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행동하죠. 나이듦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고정 관념도 대부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젊음이라는 환상을 숭배하며, 나이듦을 그저 두렵고 맞서 싸워야 하는 과정으로 여길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나이듦을 이해하는 작업은 단순히 노년을 다시 그려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태도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업이며, 나아가 우리를 지원해줄 새로운 사회기관과 공공정책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과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낡은 생각에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나이듦을 기대할 만한 인생의 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도록 생각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다시 말해 인생 항로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이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듦에 대해 우리 사회를 비추는 여러 학문들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나이듦의 다음 과정,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1) 나이들의 시대를 살다
(2) 나이듦에 관한 의학적 고찰
(3) 나이듦에 관한 철학적 고찰
(4) 나이듦을 넘어, 죽음을 생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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