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 사회주의의 부상

아주 오랫동안 유럽의 국가들은 주로 상인과 기업가들을 대변해왔습니다. 국가는 재정과 군사라는 두 개의 힘을 얻게 되면서부터 이들을 위해 정치경제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었죠. 해군을 창설해 무역로를 보호하고 관세를 도입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며 식민지를 정복해 원료를 가져다주는 따위의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국가와 자본의 결합은 부르주아지의 정치참여가 증진되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에 일어났던 일련의 시민혁명들은 유럽의 국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어요. 부르주아지뿐만 아니라 일반 민중들의 참정권이 증진되면서 이전처럼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일만 할 수는 없어진 거예요. 대부분의 시민들은 당장 먹고 입고 잘 곳도 없었거든요. 산업자본주의가 낳은 현실의 문제들이 국민 다수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새롭게 정치에 참여하게 된 민중들은 국가가 당장의 생존을 보호해주기를 바랐어요.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치세력들은 이와 같은 ‘사회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는 자유주의의 모순과도 연관이 있었는데요.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유를 관철시키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찬성하면서도 다른 부문에 대한 개입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었죠. 이들의 정치사상으로 자리잡은 ‘자유방임주의’는 사회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막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기존의 정치세력에 대한 믿음을 점차 잃어갔죠. 반복되는 시민혁명은 약간의 정치적 성취를 가져다주었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여전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왔어요.

노동자들의 반발은 전통적 수공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기계화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더 가시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찾아갔죠.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오언, 프루동, 마르크스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운동을 조직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무척 새로운 현상이었습니다.

1912년 웨일즈 탄광 지역의 노조원들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의 출신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다양했습니다. 게다가 온갖 종류의 사회주의 사상이 복잡하게 제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래도 계속해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국제 노동자 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이 진행되었어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노동조합 가입률이 크게 오르고 노동자의 지지에 기반한 대중정당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사회주의 단체들도 설립되었고요.

각 국가나 지역마다 노동운동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정도는 달랐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처럼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경우에는 사회주의 세력이 대중정당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영국 노동당, 독일사회민주당, 프랑스 공산당 등은 각국의 정치지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후에 집권에 성공하기까지 했죠. 이와 같은 사회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주의가 낳은 사회문제들의 꽤 많은 부분을 개선시켰습니다.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 임금향상과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도입, 노동조합의 활동 보장, 사회보험의 도입 등이 그것이었죠. 이중에서도 특히 노동 문제의 개선이 두드러졌습니다.

러시아처럼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부실했던 지역에서는 더 급진화된 사회주의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혁명이 일어나 인민의 정부가 세워졌던 것이죠. 러시아는 20세기 초까지도 차르의 강력한 황권에 기반해 나라를 운영했습니다. 1904년 러일전쟁과 1917년 1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차르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안정화시킨 역량이 없었죠. 결국 러시아 지식인들과 민중이 협력해 소비에트 공화국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러시아 혁명이었죠. 이러한 소련의 혁명 모델은 이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시도되기도 했어요.

노동운동은 19세기의 가장 큰 사회문제였던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다수의 민중이 어느 방식으로든 정치체제에서 유의미한 발언권을 지니게 되었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어요.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 자본주의는 사회의 여러 요소들과 엄청나게 복잡한 방식으로 결합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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