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유럽의 국가들은 주로 상인과 기업가들을 대변해왔습니다. 국가는 재정과 군사라는 두 개의 힘을 얻게 되면서부터 이들을 위해 정치경제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었죠. 해군을 창설해 무역로를 보호하고 관세를 도입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며 식민지를 정복해 원료를 가져다주는 따위의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국가와 자본의 결합은 부르주아지의 정치참여가 증진되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에 일어났던 일련의 시민혁명들은 유럽의 국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어요. 부르주아지뿐만 아니라 일반 민중들의 참정권이 증진되면서 이전처럼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일만 할 수는 없어진 거예요. 대부분의 시민들은 당장 먹고 입고 잘 곳도 없었거든요. 산업자본주의가 낳은 현실의 문제들이 국민 다수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새롭게 정치에 참여하게 된 민중들은 국가가 당장의 생존을 보호해주기를 바랐어요.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치세력들은 이와 같은 ‘사회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는 자유주의의 모순과도 연관이 있었는데요.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유를 관철시키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찬성하면서도 다른 부문에 대한 개입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었죠. 이들의 정치사상으로 자리잡은 ‘자유방임주의’는 사회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막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