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ㅣ왜 서양사를 공부해야 할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왜 인권을 지켜야 해요? 전염을 막는 게 먼저지 개인정보나 이동의 자유를 운운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서구 국가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유행 초기, 심지어 프랑스의 한 기자가 '한국의 대처는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해 몰매를 맞기도 했죠. 도대체 서양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개인의 권리에 집착할까요?

동시에 우리는 서구의 국가들의 신속한 사회경제 대책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전염병이 더 빨리 퍼진 한국에서는 한참 뒤에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발병 초기부터 실업급여나 사회보험 제도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했죠. 전염을 막는 일은 지지부진했으면서, 이런 일은 왜 이렇게 빨리 처리한 걸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합 답은 그들의 '역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몇 백 년에 걸쳐 국가라는 기구를 만들어온 역사,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고민하고 싸워온 역사, 시민들을 위한 국가의 기능을 정립해온 역사를요.

그동안 우리는 선진문명을 배우기 위해 서양사 공부를 해왔습니다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전지구적 차원에서 전염병, 금융위기, 빈부격차 등 새로운 문제가 부상하고 있고, 지금까지 서구 문명이 주도적으로 만들어온 자유주의, 사회주의, 인권, 자유시장경제 등의 모델들은 이미 무너졌거나 시간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그동안 믿어온 가치들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바로 과거로 잠깐 돌아가 볼 때가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한다고 명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생각하는 데 역사만한 것도 없죠. 그래야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하며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무슨 이야기를 다루나요?

<다시 읽는 서양사>는 서양사의 '개론'을 다루는 글입니다. ‘개론’이라면 답답한 세계사 교과서나 지루한 대학 수업이 생각나시나요? 인물, 사건, 연도를 외우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시는 분도 있겠네요.

<다시 읽는 서양사>은 지루한 설명을 최대한 뺐습니다. 그건 나무위키만 봐도 잘 설명되어 있거든요. 그 대신 ‘복지국가’, ‘자유주의’, ‘사회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 현대사회에서 아직도 활발하게 기능하고 있는 대상이나 개념이 역사적으로 출현한 맥락을 집중적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태양왕 루이 14세보다는 재정군사국가의 등장에, 히틀러보다는 총력전 체제의 완성에 더 집중했죠. 재정군사국가가 뭔지, 총력전이 뭔지 모르더라도 걱정 마세요. 그런 걸 함께 알아갈 거니까요.

저자는 누구인가요?

장민석 작가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역사 연구자입니다. 석사학위 논문은 미국의 반독점 담론 형성이 20세기 초의 미디어 산업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는 내용을 주제로 썼어요. 지금으로 치면 유튜브로 인해 형성된 국제적 청중의 존재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각 국가들의 대응 방향이 조정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죠(물론 이 말이 맞는지는 몰라요). 역사와 현재의 교류에 항상 관심이 많았고,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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