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는 정말 나쁘기만 한 걸까?

현직 여당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되다

방탄국회, 정확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이 연일 언론에서 화제다. 언론에서만 화제겠는가. 현직 여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구속영장에,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당의 체포동의안 부결 노력에 대한민국의 눈이 쏠렸다.

잠깐 글을 진전시키기 전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이 글은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평가나 비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그저’ 대체 방탄국회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시중에 떠도는 것처럼 정말 방탄국회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인 것인지, 특혜라면 왜 애초에 그런 특혜가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러려면 지금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 발 떨어져 생각해보자. 머리도 식힐 겸 사건의 맥락은 잠시 미뤄두고 ‘방탄국회’,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대해서만 집중해보자는 말이다. 골치 아픈 정치적 쟁점보다는 특권이라고 불리는 ‘그것’의 이면을 살펴보자. 그러다 보면 지금의 사건이 조금 다르게 읽힐지 또 모를 일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잠깐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의 틀을 봐야 한다. 2023년 2월 16일, 검찰은 현직 여당 대표를 향해 “배임죄, 제3자 뇌물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옛 부패방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서는 현 여당 대표가 ‘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현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었다. 이로써 국회에서는 현 여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졌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정확히는 149석의 찬성이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총 297표 중 不(체포 반대) 138표, 可(체포 찬성) 139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오며 체포동의안은 부결된다.

그렇게 현직 여당 대표는 체포되지 않았고, 국회의원직도, 여당 대표직도 그대로 수행 중이다. 말 그대로 현직 여당 대표는 “특혜”를 입은 것일까? 국회의원은 죄가 있어도, 응당 죄를 물을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일까?

대체 어떤 법이기에 난리일까?

방탄국회는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인 ‘회기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것을 비꼬아 일컫는 말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이 소속된 당에서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더 정확히는 국회가 열리고 있으면,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해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러한 권리를 가진다.

스쳐 지나가듯 들으면 그야말로 웃기는 법이다. 죄를 짓고도 자기들끼리 감싸주면 체포를 못 한다니. 일면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혐의”라는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혐의는 그저 혐의이지, 그것이 곧 죄의 확정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여기서 “혐의”라는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혐의는 그저 혐의이지, 그것이 곧 죄의 확정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이건 사실 그 유명한 ‘삼권분립’이라는 현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은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똑같은 개념으로 행정부의 대표이자, 또 한편으로 국민으로 대표하는 대통령에게도 “불소추 특권”이라는 것이 있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삼권분립에 기초한 이런 조항은 행정부의 불법적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반대로 국회의 부당한 견제로부터 행정부의 원활히 운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한다.

그러나 간혹 이런 제도는 범죄 혐의를 받고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을 편법적으로 보호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방탄국회”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1998년 15대 대선 때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했다는 혐의로 한나라당 이신행 의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4차례의 임시국회를 연다. 이후 1999년 ‘세풍 사건’, 그러니까 166억 3천만 원에 달하는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은 한나라당은 7개월에 걸쳐 5차례의 임시국회를 열어 사건을 뭉겐다. 방탄국회라는 오명은 이렇게 역사 속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사태가 과거의 그것과 같은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세풍사건은 이후 재판과정에서 명확히 유죄를 선고 받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건은 다르다. 여전히 혐의는 혐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불체포 특권’의 역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체포 특권은 필요하다. 더 정확히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서 국회의원에게는 빠질 수 없는 특별한 권리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행정부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권력은 언제나 서로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견제하거나, 혹은 끈적하게 ‘밀회’한다. 특히 법의 집행을 맡은, 어쩌면 칼자루를 쥔 사법부가 행정부와 ‘꿍짝’을 맞추게 되면 언제든지 입법부를 향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바로 이럴 때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호하는 특권으로서 작동될 수 있다. 무턱대고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는 불체포 특권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에 국회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왕과 의회를 구성고 있는 귀족들이 끊임없이 갈등했다.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갈등했던 사안이 바로 세금 징수의 주체였다.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인가, 왕이 직접 결정한 것인가를 둔 갈등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의사당에 전시되어 있는 마그나 카르타 1297년판 (사진 출처 : Wongm)

사실 세금 징수를 두고 서로 간의 갈등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마그나카르타로, 혹은 대헌장(大憲章)으로 알려진 칙허장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존의 실정에 견디지 못한 귀족들이 런던 시민의 지지를 얻어 왕과 대결했고, 그 결과 1215년 의회의 동의 없이 세금을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에 왕이 서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영국 왕들은 왕이 의회를 압도하는 권력을 가지게 될때면 이 법을 무시하고 세금을 징수해 왔다. 그때마다 의회는 침묵해야만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가 자녀 없이 사망하고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가 왕위를 계승한다. 이전 왕들과 비교했을 때 국왕의 정통성이 미약했던 그때, 의회는 기회를 살린다. 그렇게 왕과 의회는 세금 징수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제임스 왕은 이 과정에서 의원들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강경책을 쓴다. 이에 맞서 의회는 왕의 독단적인 권력 행사에 저항했다.

결과는 제임스 왕의 패배였다. 바로 이 과정에서 영국의회에서 제정된 법이 바로 “의원특권법”이었다. 법의 핵심에는 국왕이 독단적으로 의원의 체포나 구금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후 의원특권법은 공식적으로 영국의회로 계승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공화제 국가에서 이 법을 체택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과 국왕은 엄연히 다른 존재였지만,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그 권력의 남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립 후 제헌헌법에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을 포함했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 44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국 역사에서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총 59건이었다. 이중 가결 사례는 13건(가결률은 20%)이었다. 의원 수 기준으로만 보면 13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다. 1987년 현행 헌법 개정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제출된 50건 중 가결된 사례는 14대 국회 1건, 18대 국회 1건, 19대 국회 4건 등 총 6건이다. 다시 말해 80%의 경우는 국회의원의 특권이 발휘된 사례라는 의미이다.

과연 이 중에서 몇 건이나 지금 언론에서 비판하는 ‘방탄국회’의 사례였는지, 정말 행정부와 사법부의 폭력적 억압에 대항한 정당한 특권 활용이었는지는 꼼꼼하게 따져 물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턱대고 이 모든 사례를 싸잡아 정당한 권리를 특별한 혜택을 입은 양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이 법의 취지와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의 모든 혐의는 재판부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직전까지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원론적인 원칙을 세워야‘만’ 한다. 이 원칙 또한 역사가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이고 법리적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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