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을 찾아서: 이주의 역사

영화 <대부>에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살던 비토 꼴리오네가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뉴욕에 입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가 1900년을 전후한 시점이었죠. 대형 증기여객선을 이용한 여행이 보편화되고 국제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면서 노동력이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의 이동이 증가했습니다. 1880년부터 1914년까지 3200만 명가량이 유럽을 떠나 아메리카 등지로 이주했죠.

19세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고 고향을 떠날 이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식민지에서 일하기 위해 끌려간 아프리카 노예들의 이동 정도가 대규모의 이주라고 할만 했어요. 하지만 농민들이 토지를 떠나 산업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전 장에서 살펴보았듯 많은 이들이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향했죠. 하지만 지역 간의 산업화 정도가 달랐고 잉여 노동력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의 조정도 필요했습니다.

예컨대 프랑스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19세기 인구증가율이 낮았습니다. 특히 1860년 이후 산아제한 정책이 실시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했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대공업이 등장하면서 프랑스는 노동 이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880년 이후 전체 노동자의 10-15%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에서 온 이민자일 정도였죠.

가장 많은 이민자를 받았던 지역은 물론 아메리카였습니다. 신대륙의 광활한 토지와 자원을 활용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엄청난 노동력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죠. 미국 서부의 철도 건설은 홍콩을 통해 입국한 아시아 노동자들에 의해 진행되었고, 동부의 공장은 아일랜드와 남-동유럽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산업화도 이베리아 반도 출신의 유럽인들을 끌어들였어요.

그렇게 1840년에서 1914년까지 1억 명에 달하는 유럽인이 유럽을 떠났습니다. 이 기간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큰 규모의 국제전이 발생하지 않았던 평화의 시기였고 유럽 내 자유주의의 물결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던 덕이었죠.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국가 간 이동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국경이 국가에 의해 본격적으로 통제되기 시작했거든요. 여권과 비자 제도가 현대화되고 시민권과 입국심사에 관한 법률이 정비되었던 거죠.

전쟁은 이주민들의 동화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자 이주자들은 옮겨온 땅에 대한 충성과 병역의 의무를 요구받았어요. 다시 말해 새로운 정착지에 완벽하게 녹아들어야 했던 것이죠. 세계 각국에서 배타적인 민족주의 정치가 큰 힘을 얻어가면서 이주의 물결은 급속도로 잦아들었습니다.

이주민들을 노동력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들 간의 단합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전 세계의 이주 노동자들을 받았던 미국이 그랬죠. 예컨대 서부의 노동자들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황색 열병’이라 부르며 싫어했습니다. 중국인들이 낮은 임금을 수용해 철도 건설 등을 하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이민자들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결국 미국의 노동 운동은 백인 숙련 노동자들 위주로 진행되게 되었어요.

<대부>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패밀리’를 만들어가면서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마피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1편의 시작 장면도 마피아 거두로 성장한 비토 꼴리오네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해 찾아온 이탈리아계 미국인에게 경찰과 법이 아니라 ‘대부’인 자기를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었죠. 이처럼 이민자들에 대한 동화 정책은 많은 경우에 실패로 돌아갔고  이주민들은 자생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폭력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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