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의 새로운 전개가 시작되다

성공한 통일전쟁, 왕권은 날로 치솟다.

정복활동을 수행하고 그것이 성공하면 왕의 권한은 막강해집니다. 이를 반영하듯 신라왕의 권력은 막강해졌습니다. 왕권의 전제화는 장자상속제의 확립과 관료 조직이 체계화 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준으로 대체로 파악합니다. 이 점에서 특히 김춘추의 등장은 신라사 최초로 왕족이 아닌 진골귀족이 왕이 된 경우로서 특기할 만합니다. 왕계가 바뀜과 동시에 왕위는 김춘추 직계에게만 이어졌습니다.

전쟁 직후의 신라는 국왕중심의 강력한 중앙통치체제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왕권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국가 기밀을 관장하고 왕명 출납의 업무를 담당하던 집사부의 장관인 중시(=시중)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귀족 세력을 대변하던 상대등(화백 회의의 의장)의 권한이 축소되었습니다. 특히 상대등은 유사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귀족이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상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어요.

신문왕대에 이와 같은 양상을 집약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문왕대에는 여전히 남은 전쟁공신들이 있었고 강력한 왕권을 위해서 신문왕은 이들을 숙청해야했어요. 그 와중에 왕의 장인이자 전쟁공신이었던 김흠돌이 모반을 일으키자 신문왕은 이 기회를 활용해 난을 완전히 진압하고 상대등을 비롯, 상당수의 귀족들을 대거 숙청함으로써 즉위와 동시에 강력한 왕권을 세우게 됩니다. 이어서 중앙·지방·군사·토지제도를 왕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합니다.


<사료로 확인하기>
진덕왕이 죽자, 여러 신하들이 이찬 알천에게 섭정하기를 청하였다. 알천이 한결같이 사양하며 말하기를, “신은 늙고 이렇다 할 덕행도 없습니다. 지금 덕망이 높은 이는 춘추공 만 한 자가 없습니다. 실로 가히 빈곤하고 어려운 세상을 도울 영웅호걸입니다.” 마침내 (김춘추를) 봉하여 왕으로 삼았다. 김춘추는 세 번 사양하다가 부득이하게 왕위에 올랐다. -『삼국사기』

『삼국사기』 권4 신라본기 제5 태종무열왕 (출처 : 정덕본,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라하대의 시작, 치열한 왕위쟁탈전

그러나 후기로 갈수록 왕권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경덕왕대는 신문왕대 폐지했던, 귀족의 경제권을 상징하는 녹읍이 부활합니다. 그 뒤를 이은 혜공왕대는 진골귀족들의 왕위쟁탈전으로 난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혜공왕은 심지어 살해되는 등 신문왕대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8세기 말, 혜공왕이 살해되고 상대등 김양상이 선덕왕으로 즉위하면서 전제왕권이 붕괴되었어요. 이로써 앞서 말한 김춘추 직계 왕계가 끊어지고 다른 가문이 집권하는 신라 하대가 시작됩니다.

이제 진골귀족들은 혈통보다 정치적 실력과 무력의 우열로 왕위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처럼 왕위를 둘러싸고 진골 귀족 세력이 분열됨으로써 중앙 정부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은 더욱 약해지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귀족들은 농민수탈을 바탕으로 더욱 사치스러워졌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생활고를 못 견딘 농민들은 전국에서 봉기를 일으켰지요.

이와 같은 혼돈의 시기에 중앙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 스스로 무장하여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는 세력가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성을 쌓고 성주나 장군으로 칭하면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했는데, 이들을 호족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성장한 대표 인물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궁예와 견훤이었고 이들을 각각 후고구려와 후백제를 건국하여 신라와 함께 후삼국시대를 열게 됩니다. 이후 왕건이 궁예를 축출하고 고려를 건국하였는데, 신라의 마지막왕인 경순왕이 고려에 귀부(936)함으로써 신라의 1000년 역사가 종말을 고하게 됐습니다.


<더 알아보기>
본문에서는 『삼국사기』 의 시대구분 기준에 따라 ‘중대’ ‘하대’라는 용어를 썼어요. 이 부분은 다소 복잡하지만, 왕권과 정치형태를 기준으로 표를 통해 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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