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그리스·로마 시대를 ‘고전고대’ 라고 표현합니다. 여러분은 ‘고전(classic)’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고전을 읽어야지!" 같은 잔소리가 생각날 수도 있고 "나는 고전영화를 좋아해" 라고 말하던 고루한 취향의 친구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경우에서든 고전은 ‘믿고 따를 수 있는 모범’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네요. 서양인들도 그런 이유에서 그리스·로마 시대를 고전고대라고 불렀습니다. 르네상스 이후로 그리스와 로마를 본받아야 하는 시대로 여겼거든요.
지금은 대부분의 역사학자가 그리스·로마 시대를 ‘고대 지중해 세계’라고 표현합니다. 고전고대라는 말은 마치 그리스와 로마가 오직 서양 문명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든요. 뒤에서 더 살펴보겠지만, 사실 그리스와 로마는 고대 지중해 세계의 다른 여러 문명들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서양사 공부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에서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리스와 로마는 결코 완벽한 사회가 아니었지만, 서양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모델’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의 정치적, 문화적 상상력은 서구 사회가 계속해서 되돌아갔던 영감의 원천이었죠. 두 문명은 민주주의, 공화정, 의회, 법 등 서양 세계가 점진적으로 갖추어갔던 제도의 원형을 제공해주었고, 중세의 신 중심 사고관이 근대의 인간 중심 사고관으로 전환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대 지중해 세계를 다룰 때 빠트려서는 안 되는 게 기독교의 출현입니다. 로마의 역사 중 거의 절반이 기독교의 역사와 겹쳐 있었어요. 여러 이유로 기독교는 유럽의 종교가 되었고 아직까지 인류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중세의 역사는 기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죠.
<다시 읽는 철학사>도 그리스·로마의 역사에서 시작합니다. 두 문명의 역사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점은 정치체제와 통치방식이 사회경제적 변화와 긴밀히 연동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전에도, 이후의 긴 기간 동안에도 이 정도의 유연성을 보여준 사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로마는 엄청나게 큰 제국이었는데도 그랬죠.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습니다. 그리스·로마가 서양인들의 모범이 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