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초기부터 전성기까지의 르네상스를 만나보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나요? 바로 이탈리아, 그것도 피렌체나 로마 같은 몇몇 도시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이탈리아를 벗어난 북유럽의 예술은 변화나 발전이 없었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유럽의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는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이탈리아 예술가들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기를 거치며 남겨진 다양한 유물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북유럽 예술가들은 자연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죠. 이들은 사람부터 사물까지 모든 것을 세밀하고 꼼꼼하게 묘사했습니다. 초기에는 이상적인 비례를 가르쳐줄 고전기 작품들이 없었던 탓에 다소 뻣뻣한 형태로 인물이 그려졌지만, 이후 이탈리아 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실감나는 형태로 묘사가 가능하게 되었죠.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60x82.2cm, 143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