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할 수 없다면? 골라서, 효율적으로!ㅣ철학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1)

다 할 수 없다면? 골라서, 효율적으로!ㅣ철학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1)

지난 2006년, 뉴욕 한복판에 거주하던 작가 콜린 베번(Colin Beavan)은 가족과 함께 1년간 특별한 생활을 시도했습니다. 바로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이 되어보겠다는 거죠. 작가와 그의 가족은 자신들이 세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생활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바꿔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365일동안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고,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했죠.

그뿐일까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았고, 유독성 화학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각종 천연 재료로 직접 세제를 제작했습니다. 농산물 수송 중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며 커피를 포함한 수입 농산물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것은 애교 중의 애교예요.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6개월이 되자, 전기도 사용하지 않겠다며 집안의 두꺼비집까지 내려버렸으니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노 임팩트 맨 생활을 종료한 이들은 자신들의 1년을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나만 변해선 변화를 가져올 수 없죠. 하지만 개개인이 변하면 모두를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이전 글이 궁금하다면 클릭하세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명백히 ‘인간’이고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콜린 베번과 그의 가족처럼 전기와 교통수단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노 임팩트 맨’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아무런 불편 없이 그들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아니다’일 겁니다. 과학문명의 발전을 통해 얻어진 각종 문명의 이기를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죠. 우리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는 동시에, 당장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취사 선택하여 실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편의를 모두 포기할 수 없음을 감안하여, 우리가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하는지 도덕철학의 주류 관점 중 하나인 공리주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 선택의 주된 잣대가 될 ‘공리주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리주의는 단순히 말해 쾌락(또는 행복)의 양을 높이고 고통(또는 불행)의 양을 줄여야 한다고 보는 윤리학적 입장을 말합니다.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

이 이론은 18세기 영국의 법률가이자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이 주창한 이론입니다. 그는 쾌락과 고통이 인간 행동의 원인이라고 보았는데요. 고통을 쾌락으로 바꿀 수 있는 행동이라면 그것이 바로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쾌락과 고통의 계산법까지 제시하며, 개인과 집단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를 만족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그의 제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벤담과 조금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단순히 쾌락의 ‘양’만 따질 것이 아니라 ‘질’도 따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떤 종류의 쾌락이 다른 것보다 더 바람직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공리주의 원리와 어긋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것을 평가할 때는 양뿐 아니라 질도 고려하면서, 쾌락에 대해 평가할 때는 오직 양만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를 예를 통해 살펴보죠. 환경을 파괴하지만 100의 쾌락을 주는 선택이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100의 쾌락을 주는 선택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벤담은 둘 중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옳은 선택이라는 답변을 할 겁니다. 둘 다 똑같은 쾌락을 얻는 거니까요. 하지만 밀의 입장은 다를 겁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선택이 질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에 후자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볼 거라는 이야기이죠.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

이후에도 윤리학의 주류적 관점은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가 변형, 발전되는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20세기 도덕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는 일종의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정의의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사고실험은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는 우리가 만약 자신에게 주어질 성별과 나이, 인종, 능력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의 조직 원칙을 선택한다면 최대한 모두에게 좋은 선택을 하리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죠. 그는 이러한 사고실험의 결과로 다음과 같은 합의문이 도출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나. 평등한 자유의 원칙 :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자유의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선거의 자유, 언론 및 집회의 자유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 : 소수자를 위한 원칙으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고려한 기회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 1987-)

마지막으로 살펴볼 인물이자, 우리의 주된 철학적 방법론을 제공해 줄 ‘효율적 이타주의’의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 1987-)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남을 도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을 피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둘.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셋.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넷.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섯.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효율적 이타주의가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결국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때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라는 겁니다. 이 또한 쾌락의 양을 최대한으로 늘리고자 하는 공리주의 근본 원칙의 테두리 내에서 제기 가능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나’라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공리의 원칙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킨 사례라고 할 수도 있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개인은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까요? 어드벤처 에콜로지(Adventure Ecology)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David De Rothschild, 1978-)는 자신의 책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77>을 통해 77가지의 환경보호 습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지렁이 퇴비화를 소개하거나,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토마토 텃밭 만들기를 권유하기도 하는데요. 책에 소개된 77가지 내용 중 개인이 실천 가능한 항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식생활 바꾸기 : 채식하기, 농산물 직거래하기
(2) 생활습관 바꾸기 : 지렁이 퇴비화하기, 스웨터 입기, 구형 PC 재활용하기, 신문지 재활용하기, 스티로폼 쓰지 않기, 장바구니 쓰기, 안 쓰는 전기코드 뽑기, 온라인 청구서 신청하기
(3) 생활환경 바꾸기 : 빗물 재활용하기, 녹색지붕 만들기, 큰 집과 TV를 작은 것으로 바꾸기, 나무 심기, 절전등급이 높은 전구로 바꾸기, 태양광 발전기 설치하기
(4) 업무환경 바꾸기 : 재택근무하기,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환경 분야로 직업 바꾸기
(5) 교통환경 바꾸기 : 작은 차로 바꾸기, 비행기 타지 않기, 기차나 버스 사용하기, 카풀하기
(6)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 : 탄소배출권 구입하기, 환경펀드 가입하기, 환경을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기

환경보호를 위한 관점만을 생각하면 위에 제시된 내용을 모두 실천하면 좋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에 가깝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중 몇몇 행동을 취사선택하여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측면에서 공리주의는 그 선택을 위한 훌륭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항목을 선택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개개인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환경보호 방안을 실천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럼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제가 이게 궁금해서 실제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았죠.

복잡해 보이지만 조사 결과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스티로폼 쓰지 않기, 장바구니 쓰기), 자가용 사용을 줄이며(자전거로 출퇴근하기, 기차나 버스 사용하기), 직접 나무를 심는다면(나무 심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죠. 과연 그럴까요? 만약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또 어떤 행동에 집중해야 할까요? 그 내용은 2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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