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벨기에와 남부 네덜란드 지역에 해당하는 플랑드르는 종교 개혁 후에도 가톨릭 국가로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예술가들은 종교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적으로 자주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곳의 여러 화가 중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은 바로 루벤스였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짐>을 보고 있는 네로와 파트라슈

동화 <플랜더스의 개>를 본 분들이라면 네로와 파트라슈가 추운 겨울밤 어느 성당에서 얼어 죽어가면서도 한 화가의 제단화를 바라보던 장면을 기억할 겁니다. 바로 루벤스가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그린 <십자가가 세워짐>이란 그림인데요. 이 그림은 그가 8년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 직후에 제작한 것으로, 우리가 ‘바로크’라 일컫는 시대 양식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담한 대각선 구도와 함께, 중앙과 좌우 패널을 독립적인 구성으로 꾸며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만드는 중세 및 르네상스 방식과 달리 세 면을 하나로 이어 웅장하고 광활한 느낌을 선사한 것이죠. 더불어 등장 인물들은 극적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림에 생기를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