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하고 고독한 인간, 독일 낭만주의

독일 낭만주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로 문학과 철학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는데요. 이는 당시 독일 미술계가 이론적 토론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불어 아빌고르 등 당대 화가들은 원천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데생에만 천착, 회화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대중과 더욱 괴리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죠.

그럼에도 독일 낭만주의 미술에 주목할 만한 인물은 분명 있습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활동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그 역시 이론가로서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으며, 유배와 다름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습니다. 그의 풍경화는 흔히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다고 설명되는데요. 넓고 광활한 산과 바다가 펼쳐진 그의 그림은 그야말로 대자연의 위용을 그대로 그러내죠.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얼음 바다>, 캔버스에 유화, 96.7 x 126.9cm, 1824년

<얼음 바다>는 서정적이며 초현실적인 느낌을 드러내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영국의 탐험가인 윌리엄 에드워드 패리의 북서 항로 탐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패리 일행의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는데요. 그 이유는 그들의 배가 북극해의 얼음에 갇히는 바람에 10개월 가까이 옴싹달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프리드리히는 이 이야기를 실제보다도 훨씬 격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참고로 패리 일행은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돌아올 당시 사망한 선원이 거의 없었다고 알려집니다) 날카로운 빙산의 파편과 차갑게 얼어있는 바다, 이미 반쯤 기울어져버린 배의 모습은 자연의 거대함과 매정함을 느끼기에 충분하죠.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캔버스에 유채, 94.5×74.8㎝, 1818년

또 다른 대표작인 <안개 위의 방랑자> 역시 대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냅니다. 마치 세상 끝에 선 것처럼 보이는 그림 속 주인공은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파도에 몸을 맡길 듯 불안한 모습입니다. 고독한 뒷모습과 자연에 비하면 너무나도 유한한 인간의 운명이 드러나는 작품인 것이죠.

사람들은 프리드리히가 이런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개인사가 연관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7살 때 어머니를 여읜 그는 이듬해에 누이, 5년 뒤에는 형의 사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그의 형은 그와 스케이트를 타다가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익사하고 말았는데요. 자신과 목숨을 맞바꾼 형의 사고에 대한 죄의식은 그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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